“우리 짤렸다.”
체불임금 속에 거리로 내 몰린 경남 창원시 유성정밀 사내하청노동자와 소속이 다른 하청노동자와의 대화이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작업라인이 없어진다.”는 말은 퇴근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전해졌다. 이날(28일) 폐업을 예상하고 부산지방 노동청 창원지청에서 진정을 하던 김 아무개(여,41세)씨에게도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한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어이없는 소식에 눈물이 핑 돈다.
다음날(29일) 근로감독관이 현장지도를 나왔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의 도움을 받아 체불임금에 대한 현장지도를 요구한지 하루만이다. 이 소식을 들은 여성노동자들은 회사로 몰렸다. 어제까지 일터였던 곳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소 어색함도 보인다. 한 공장에서 일을 했던 지인들이 지나치며 묻는다. “쫒겨 났다”는 말을 하지만 여전히 난감하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신분은 애매모호하다. 회사가 폐업을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원청에서 라인을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중간관리자로부터 권고사직을 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사장은 체불임금을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근로감독관의 현장지도가 나 온 탓인지 모습을 감추었던 사장이 오늘에야 나타났다.
“사무실 올라가”
여전히 고압적인 자세다.
“지가 뭘 잘했다고...”
사장의 태도에 욕설이 마구 쏟아진다.
면담결과 사장은 각서를 썼다. 유성정밀로 받아야 할 한 달치 도급대금을 포기하고 지급하겠다는 각서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나머지에 대해서 사장은 “(돈이 없어)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책임을 지겠다.”고도 한다.
근로감독관의 조사결과 남영전자가 체불한 임금은 1억 9천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금액은 사업주가 동일한 옛 신영전자 소속으로 있던 노동자들의 퇴직금과 현재의 남영전자의 소속 노동자들의 상여금과 퇴직금, 그리고 한 달 후에 받아야할 임금의 총액이다.
조사결과에 촉각을 세우며 3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권고안이 나왔다. 원청인 유성정밀이 사내하청인 남영전자로 지급할 도급대금 5천만 원을 노동자들에게 선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사장의 각서도 나왔다. 3개월에 걸쳐 나머지 임금 1억 4천만 원을 분할해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들이 지급받게 될 확정적인 금액은 극히 일부분이다. 71명에 달하는 인원이 5천만 원의 도급금액을 나누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머지 체불임금에 대해서는 지급이 불투명한 상태다. 근로감독관 앞에서 3개월 동안 나누어서 지급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앞서 노동자들과의 면담에서는 도급대금에 대해서만 지급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권고내용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개월 분할약속을 어길 경우, 사후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다. 있다면 법적인 초치가 그 전부다. 이마저도 임금을 보장해 주지를 않는다. 사장에게는 압류할 재산조차 없다. 유성정밀 관계자는 “더 이야기를 하자”는 요구를 뿌리치고 외면했다. 창원지청은 “이와 함께 사건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고소고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임금체불과 함께 거리로 내 몰린 이들은 다시 모여 논의를 시작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함께 의지를 모으기로 약속을 했지만, 유성정밀의 사내하청으로 재취업을 할 사람도 있어 논란도 있다. 이렇게 추석을 보름 앞두고 찾아온 노동현실은 그들을 냉혹하게 거리로 내밀고 있다. 그들이 바로 이 땅의 비정규직의 대명사, 사내하청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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